<오페라, 시대를 지휘하다> 학술포럼 리뷰 > 오페라 속의 미학 공개학술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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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오페라, 시대를 지휘하다> 학술포럼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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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음악미학연구회 댓글 0건 조회 58회 작성일 20-03-1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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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0일, 세아타워 오디토리움에서 세아이운형문화재단과 함께하는 음악미학연구회 2019 학술포럼이 개최되었다. 좋은 날씨와 함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인원이 참석하였으며, 음악학자들이 좁은 연구실에서 나와 대중들과 교류하는 학문의 장이 열렸다. 이번 학술포럼의 제목은 “오페라, 시대를 지휘하다”이며 네 개의 오페라를 통해 18세기에서부터 21세기, 그리고 서양을 넘어 동양의 오페라까지 살펴보는 뜻깊은 자리였다. 기존의 오페라에 대한 논의가 작품 중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면 이번에는 오페라를 사회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흥미로운 발표가 진행되었다.

절세의 목소리를 지닌 카스트라토 파리넬리에 관한 이야기로 1부의 포문을 연 이혜진 선생님은 헨델의 오페라인 〈리날도〉가 이탈리아 오페라임에도 불구하고 영국에서 대단한 흥행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를 분석하였다. 먼저 작품 외적으로 보았을 때, 당시 영국 사회는 식민지를 확대하고 해상권을 장악함에 따라 경제적 강대국으로 부흥하였지만, 엄청난 경제적 자본과는 달리 영국은 찬란한 예술을 꽃피운 이탈리아를 동경하는 동시에 문화적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작품 내적으로 〈리날도〉가 흥행할 수 있었던 것은 11세기 십자군 전쟁이라는 역사적 소재와 보편적이고 자극적인 인간적 드라마가 결합한 흥미로운 줄거리, 스타가수의 섭외, 그리고 화려한 무대장치를 꼽을 수 있다. 또한 흥행의 핵심은 바로 헨델의 ‘음악’에 있는데 대중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음악을 사용하였지만 깊이 있는 표현력을 갖추고 오페라 자체의 숭고함과 예술미를 부각하는 것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리날도〉가 호평만 받았던 것은 아니다. 영국의 오페라임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어를 사용한다는 점, 무대 연출이 지나치게 화려하다는 점, 그리고 애국주의자들의 비판은 영국 음악계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졌다. 이혜진 선생님은 〈리날도〉에 대한 비판이 18세기 영국 음악계에서 특권층이 아니라 대중을 위한 음악을 추구하고자 했고, 자국의 음악적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자 했던 것에 기인한다고 설명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양상은 이 시대의 한국 창작 음악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있음을 밝히며 발표를 마무리하였다.

곧이어 이용숙 선생님은 베르디의 〈돈 카를로〉에서 나타나는 교회 권력과 종교 권력의 대립, 그리고 이러한 권력에서 발견되는 폭력성에 주목하였다. 1867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프랑스어로 초연된 〈돈 카를로〉는 16세기 스페인 왕실 비극을 배경으로 휴머니즘, 권력자의 고독, 남자들의 우정, 금지된 사랑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세속권력과 교회권력의 모습을 고발한다. 작품의 배경인 16세기는 기독교 세력이 계속하여 이슬람 세력을 축출하고 종교 개혁으로 태동한 신교를 철저하게 탄압하였다. 동시대의 스페인은 대항해시대의 막강한 지배자로서 식민지를 확장하여 여러 원주민을 학살하는 등 잔혹한 면을 보여준다. 스페인의 폭력적인 모습은 “기쁨의 날이 밝았네” 합창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악마와 불꽃이 그려진 옷과 고깔모자를 쓰고 화형을 당하러 끌려오는 죄수들을 바라보며 역설적으로 민중들은 펠리페 2세를 찬양하는 밝은 노래를 부른다. 아울러 로드리고가 스페인의 국왕에게 가혹한 지배에 대해 충언하는 장면을 통해 세속권력의 폭력성을 엿볼 수 있다. 한편, 서구 유럽에서는 긴 시간 동안 세속권력과 교회권력이 충돌하였고, 〈돈 카를로〉의 대심문관과 펠리페 2세의 베이스 이중창에서 세속권력과 교회권력의 대립을 확인할 수 있다. 이용숙 선생님은 베르디가 〈돈 카를로〉를 통해 오랫동안 이탈리아의 완전한 통일을 방해한 교황의 모습을 비판하고자 했다고 설명하였다.

1부의 두 발표 후 많은 질의와 답변들이 오갔다. 카스트라토에 관한 궁금증이나 오페라와 원작의 관계에 대한 질문 등 재미있는 토론이 이루어졌고, 잠깐의 휴식 시간 후에 다시 2부가 진행되었다. 

2부의 서울대학교 박사과정 김석영은 21세기 작곡가 탄둔의 〈진시황〉에 관한 흥미로운 발표를 진행하였다. 진시황이 나라의 국가(國歌)가 될 진송을 찾는 것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진시황〉은 분명히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황제인 진시황을 묘사하고 있다. 진시황의 실제 업적이었던 “도량형 통일”과 “화폐 개혁”이 언급되고, 만리장성을 축조하는 노예들과 테라코타 부대를 연상케 하는 대규모의 합창단은 명백하게 진시황을 떠올리게 한다. 한편, 〈진시황〉은 중국의 첫 번째 주석인 ‘마오쩌둥’을 상기시킨다. 진시황이 진송을 통해 일곱 개의 국가를 통일하고자 했던 계획은 음악을 정치적으로 사용하고자 했던 것이고, 이는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1966-1976)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송은 노예들의 합창으로 실패하고, 음악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자 했던 목적이 좌절되면서 ‘진시황’과 ‘마오쩌둥’은 반영웅으로 그려지고 있다. 김석영은 탄둔이 〈진시황〉에서 진정으로 선택한 모델은 바로 자기 자신의 음악이며 이를 세 가지 측면에서 조망하였다. 첫째, 〈진시황〉에 등장하는 샤먼과 무속의례를 통해 탄둔은 자신의 출생지인 초나라의 옛 음악을 강조했다. 둘째, 탄둔은 어렸을 적 경극단에 들어가 경극을 작곡하였는데, 〈진시황〉에 등장하는 음양사와 경극은 자신의 음악적인 경험을 그대로 드러내기 위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탄둔은 아방가르드적 기법과 중국의 고대 악기를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음향을 만들어냈다. 결론적으로 탄둔은 20세기 이후 세계화 현상과 이에 반대되는 지역화 현상 사이에서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고민한 끝에 자국의 전통과 서양의 기술을 융합하여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형성하였다. 김석영은 “나의 삶은 오페라다”라는 탄둔의 발언을 생각해본다면 〈진시황〉에서 탄둔은 결국 자신의 자화상을 그리고 싶었던 것이라 주장하며 발표를 마쳤다.

마지막 발표자인 전정임 선생님은 한국의 대표적인 작곡가 윤이상의 〈심청〉을 면밀하게 고찰하였다. 우선 윤이상의 생애를 간단히 살펴보고, 짧은 영상과 함께 동백림사건을 돌아보았다. 동백림사건으로 정치적 어려움을 겪은 윤이상은 음악이 단순히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특정한 메시지를 담아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후 윤이상은 1972년 뮌헨 올림픽의 위촉으로 오페라 〈심청〉을 작곡하였는데, 당시 뮌헨 올림픽 의도는 인류의 보편적인 메시지를 담고 동서양의 화합을 도모하는 것이었다. 〈심청〉의 주요 특징으로는 도교사상이 내포되어있으며 주요음 기법을 비롯한 윤이상의 독특한 음악적 기법이 동양적 음향과 정서를 느끼게 한다. 이어 전정임 선생님은 〈심청〉이 담고 있는 메시지를 살펴보았다. 첫 번째는 전통적인 심청전과 마찬가지로 ‘효’이다. 두 번째는 ‘민중 구원’으로 심 봉사가 죄를 참회함에 따라 눈을 뜨고, 그 주변의 여러 맹인이 구원받는데 심 봉사의 정화는 곧 민중의 정화로 이어지고 개인의 차원을 벗어나 전 인류가 죄로부터 해방된다. 마지막으로 〈심청〉은 통치자의 역할을 강조한다. 설화에서는 황제가 심청과 심 봉사를 상봉하게 하는 다리 역할이었지만, 극 중에서 황제는 천상으로부터 서민에게 평화와 정의, 그리고 복지를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를 부여받는다. 전정임 선생님은 윤이상의 작품 속에는 음악 이상의 그 무언가가 담겨있으며, 그래서 윤이상의 작품 속에 담긴 인류를 향한 메시지는 우리의 영혼을 강하게 사로잡는다는 것을 역설하였다.

2부의 발표 후 토론시간에는 음악학회 못지않은 날카로운 질문들이 오갔다. 탄둔의 〈진시황〉이 왜 아직도 중국에서 공연되지 않는지, 동서양의 화합이라는 주제를 의뢰했던 독일 정부의 의도와 윤이상의 〈심청〉 사이의 간극이 존재하지 않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이에 대해 김석영은 탄둔이 ‘진송’(1996)이라는 영화를 원작으로 〈진시황〉을 작곡하였는데, 진송이라는 영화는 마오쩌둥에 대한 은유가 많았고, 진송 역시 중국에서 상영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전정임 선생님은 당시 〈심청〉을 위촉받았을 때의 상황을 알 수 있는 자료가 한정되어있으며, 이데올로기의 간극 같은 것은 확인할 수 없으나 동양사람이 작곡한 작품을 서양사람이 연주하는 것 자체가 동서양의 만남을 상징하는 것이라 답하였다. 

이어서 오지희 선생님은 중국 영화 ‘영웅’(2002)에서 볼 수 있는 엄청난 규모의 연출과 인원들을 〈진시황〉에서도 볼 수 있고 이는 중국 특유의 중화사상을 느끼게 하는 것은 아닌지, 이 오페라가 음악적으로 뛰어난 작품이라는 것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아닌지, 정의와 자유를 추구하며 독재에 강력하게 항거했던 윤이상이 정작 독재정권이 지속된 북한에는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으며. 이에 대해 김석영은 진시황의 목적이 실패로 끝나면서 오히려 영웅과는 반대되는 메시지가 드러나고, 본 발표에서 음악적 우수성을 논하기보다는 탄둔이 서양 음악과 중국적 재료를 통해 문화적 차이를 탐구하고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양상을 보여주는 작품이기 때문에 의의가 있다고 말하였다. 전정임 선생님은 남한 정부는 윤이상을 범죄자로 몰았던 반면, 북한 정부는 윤이상을 문화적 영웅으로 추앙했으며 이러한 정부의 태도 차이에서 윤이상의 비판적인 목소리가 선택적으로 적용된 것이 개인적으로 유감임을 밝혔다.

계속해서 이남재 선생님은 “오페라는 죽었다”라는 말이 나오는 오늘날 사회에서 오페라를 경험하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하였고, 이에 덧붙여진 이만방 선생님의 질문은 주최 측의 ‘시대를 지휘하다’라는 의미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 왜 탄둔은 21세기의 음악 작곡가임에도 불구하고 윤이상과 비교했을 때 더 옛날의 음악적 어법을 사용하고 있는지, 탄둔이 〈진시황〉에 추구한 음악이 개인적 측면을 넘어 사회적으로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이에 음악미학연구회의 강지영 선생님은 주최 측의 입장에서 이번 학술포럼이 대중들을 위한 자리이고 시간적인 한계로 많은 것을 다루진 못했으나, 각각의 오페라 속의 음악적 역할에 대해서는 많은 설명이 이루어진 것 같다고 하였다. 예를 들어 〈진시황〉에서는 탄둔지 서양의 음악, 초나라의 음악, 그리고 다른 나라의 음악을 병렬적으로 배치하면서 음악 간의 위계를 없앴고, 〈심청〉에서는 주요음 기법을 비롯한 다양한 음악적 기법을 통해 음악적으로도 동서양의 화합을 전달하고 있다고 답했다. 더불어 탄둔의 오페라를 통해 진시황과 마오쩌둥, 그리고 탄둔의 시대적인 상황을 돌아볼 수 있었고, 윤이상의 작품 역시 동백림사건을 비롯하여 당시 독일의 상황을 회상할 수 있었다. 즉, 오페라들을 통해 시대를 되묻고, 이런 점에서 오페라가 시대를 증언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강조하며 길었던 학술포럼이 마무리되었다.

이번 학술포럼은 ‘오페라, 시대를 지휘하다’라는 주제와 걸맞게 오페라와 사회의 긴밀한 관계를 엿볼 수 있었다. 〈리날도〉를 통해 18세기 영국의 상황을, 〈돈 카를로〉를 통해 19세기 베르디의 이탈리아와 16세기 스페인의 역사를, 〈진시황〉을 통해 진시황, 마오쩌둥, 그리고 21세기 작곡가인 탄둔을, 〈심청〉을 통해 1960년대 한국과 1970년대 독일의 상황을 조망하면서 오페라가 반영한 여러 사회의 편린을 살펴볼 수 있었다. 비록 “오페라는 죽었다”라는 섬뜩한 질의에도 불구하고, 네 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오다토리움을 가득 채운 객석의 열기와 열정적인 발표는 아직 오페라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여실 없이 보여주는 뜻깊은 경험이었다. (글: 이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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