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24. 제58차 음악미학연구회 학술세미나 > 정기 학술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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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2020. 10. 24. 제58차 음악미학연구회 학술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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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음악미학연구회 댓글 0건 조회 18회 작성일 21-01-14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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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차 음악미학연구회 학술세미나

"음악미학연구회 2020 한국창작음악-비평과 해석사이 2020 학술포럼"

2020년 10월 24일 토요일 오후 2시

서울대학교 220동 415호

발표1: 노재현: 오선지에 노을을 그리다: 이강률의 <다섯 개의 소곡>(1996)

작곡가 이강율(1953-2004)의 음악을 두 단어로 축약 한다면 '감수성'과 '단순성'으로 정의 내릴 수 있다. 그가 다작한 작곡가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학창 시절 작품까지 포함해) 평생 47개의 곡을 썼다. 그중 70% 이 상은 두 명의 연주자를 위한 작은 편성의 실내악곡이며, 이중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장르가 바로 가곡이 다. 그의 가곡은 대부분 공식화되지 않은, 혼자 골방에 서 속마음을 담는 통로로 소소한 일상, 자연과 사람을 그리며 감수성을 표출했다. 반면, 이강율은 단순성을 기 악곡에서 표출하였는데, 이를 부각시키기 위해 사용된 음악적 재료는 매우 복잡하게 어우러져 있다. 조성과 무 조성의 혼합, 전통과 현대의 상반되는 요소를 혼용해 정체성에 혼란을 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기에 음렬을 추가한 것도 부족해 악장에 따라 음렬 내부가 변형, 대 칭, 반음 혹은 3화음의 강조 등으로 치밀하게 설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가 사용하는 주재료 대부분은 우 리에게 익숙한 작법이지만, '자신'을 표현하고자 시대를 넘나드는 것은 마치 노을의 색상이 분명하면서도 경계 가 없이 서로 어우러지듯, 그들 간의 경계선을 허무는 이강율의 음악이야말로 현대적이지 않을 수 없다. 3도막 형식, 3화음과 5도권의 빈번한 등장, 1차원적인 동기 발전 등으로 누구든지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 여기에 음역 이동과 다이내믹의 변화는 언제나 구조와 묶여 있어 듣는 사람에게 익숙함을 더해준다. 또한, 작 곡가가 치밀하게 설계한 음렬 두 개를 (무)조성 음악과 혼합해 자신만의 독특한 음형을 만들어 내고 있다. 특히 음렬 속에 포진된 반음이 주는 불협화음, 중음역의 부재 로 느끼는 공간감, 동기의 끊임없는 변형 위에 잦은 변 박으로 상실되는 시간성 등 외관상으로 복잡해 보인다. 하지만 음악이 언제나 단순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청자 로 하여금 음악에 집중하게 만드는 조건을 형성하기 때 문이다. 이강율에게 있어 음렬도, 조성도, 무조도 하나의 도구이지, 결코 거기에 얽매이지 않는다. 새로운 것에 현혹되기보다 주어진 재료로 또 다른 소리 세계를 구축 하는 이강율의 시선은 언제나 음악의 본질에 고정되어 있다.

발표2: 손민경: 엔트로피 이론을 현대음악으로 펼쳐내다!: 권지원의 <. 그리고 파동>(2017)

권지원(1977- )은 음의 내적 논리와 짜임새를 토대로 작곡가의 이성적 사유와 음의 직관적 흐름의 변증법을 통해 극적인 강렬함을 선사하는 작곡가다. 구체적인 내 러티브나 이미지보다는 추상적인 형상이나 관념에 영 감을 받아 음 자체의 내적인 흐름과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곡을 쓸 때 첫 음부터 어떻게 사용하고 발전 시킬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에서부터 시작한다. 그 리고 한 음이 다른 음형 및 악구와 어떻게 유기적인 짜 임새를 형성해 나갈 것인지로 사유가 확장된다. 그런데 작곡가는 유기적인 짜임새 너머 때로는 '음'이 가고자 하는 방향에 집중하여 이것이 예측불허하게 복잡한 악 구들로 확산되는 것을 허용하면서 그 틀을 과감히 깨버 리기도 한다. 마치 물리학의 엔트로피 이론을 연상하듯 음이 발전되는 구조적인 틀을 세우기도 하고, 때로는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더라도 음이 스스로 향하는 목 적이 있다는 것을 믿고 음 자체의 주체적인 움직임을 추구한다.

<. 그리고 파동>(2017)은 한 점에서 시작하여 발생하 는 여러 파동의 다양한 움직임을 피아노로 형상화하였 으며 실제 엔트로피 과학 이론을 토대로 작곡되었다. 그렇다면 권지원은 엔트로피 이론을 어떻게 풀어냈을 까? 이 작품은 “논리적인 방향 너머 음이 가려는 방향 에 좀 더 집중하여 선택하려고 한다”는 작곡가의 신념 이 뒷받침된 음악이다. 엔트로피가 주는 과학적 원리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음 악적 구도를 구축하였고, 소리의 미세한 변화를 일으켜 서 그 구도를 전복시키기도 하고, 다시 무질서 속에서 구도를 다시 형성해내기도 했다. C와 D음정의 심플한 재료에서 출발하지만 다른 악구 및 섹션과 연결고리를 형성하여 끝내 복잡한 악구들로 예상치 못하게 확산하 는 음악적 전개는 엔트로피 흐름을 성립시키며 때로는 구조를 과감히 벗어나면서 드라마틱한 흐름이 드러나 기도 한다. 게다가 파동이 거대하게 확장되는 모습을 청각적으로 구현할 뿐만 아니라 4단 기보를 통해 피아 노 연주자의 제스처를 화려하게 시각적으로도 피력하 면서 파동 소리를 입체적으로 구현하도록 하였다. 요컨 대 <. 그리고 파동>은 엔트로피 이론을 음악 텍스트에 끌어와 미세한 음의 진동이 예측과 우연, 질서와 무질 서, 청각과 시각 사이를 오가며 거대한 파동을 형성해 나가는 한 편의 예술적인 드라마를 보여주고 있다.

발표3: 심지영: 콜로세움 속 고도를 마주하며: 김승림의 <콜로세움의 미>(2011)

작곡가 김승림(1971- )은 한국 현대음악의 역사와 현 재에 대한 비판 정신으로 예술적 참여를 이끈다. 그의 음악은 영화 <매트릭스>에 나오는 빨간 알약처럼 평범 하고 편안한 가짜 세상이 아닌 진짜 세상을 청중에게 드러내고자 한다. 예컨대 그는 동료 작곡가들과 함께 창 립 한 현 대 음 악 공 연 단 체 프 로 젝 트 2 1 앤 드 (Project21AND)를 통해 현대음악의 본질인 비판성을 되살리고자 하였으며, <세레나데>(2012), <정악 >(2013)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이 시대에 필요한 여유 와 정신성의 회복을 역설하였다. 이처럼 김승림은 현시 대의 바람직하지 못한 부분을 비판하고 거부하는 부정 의 시학을 행한다.

한편 그의 음악 세계는 끊임없는 자기반성으로 이루어 져 있다. 가령 그의 <현악 4중주 2번>(2015)은 음악 형 식과 같은 음악 내적 소재에 집중하며 음악 외적 소재 로 주로 작곡해왔던 그동안의 창작 경향에 대한 반성이 드러난다. 그 외에도 <여전히 울리고 있는>(2016), <별 곡>(2017)과 같은 작품들은 '한국 작곡가'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며 국악의 요소를 사용하기도 하 였다. 이와 같은 그의 새로운 음악적 실험은 한국의 수 동적인 양악 수용사에 대한 비판의식에서 출발한 것으 로 '우리(한국)만의 모더니즘 시대를 향하여 가자'는 그 의 소명의식을 기반으로 하기에 음악적 실험 이상의 의 미를 가진다.

김승림의 피아노 독주곡 <콜로세움의 미>(2011)는 비 판과 반성으로 이루어진 그의 음악 세계를 대표하는 작 품이다. 이 작품은 2011년 현대음악앙상블 “소리”의 다섯 번째 솔리스트 시리즈: 피아니스트 강은하의 독주 회의 위촉으로 작곡되었으며, 미하엘 엔데(Michael Ende)의 소설 『모모』(1973)의 앞부분에 등장하는 콜 로세움 극장을 모티브로 한다. 그러나 기존의 콜로세움 이라는 공간이 관객으로 하여금 연극에 몰입하여 현실 을 잊게 해주었던 것과는 달리 김승림의 음악 속 아름 답게 건축된 콜로세움은 우리를 연극이 아닌 현실로 초 대한다. 특히 작곡가가 이 작품을 위해 고안한 새로운 피아노 주법과 강렬한 연타의 울림은 청중의 극적 몰입 을 방해하고, 우리의 현실을 생각게 만든다. 이처럼 김 승림의 <콜로세움의 미>는 마치 베케트(Samuel Beckett)의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1953)의 두 주인공이 의미 없는 대사와 행동으로 관객에게 “도대 체 그들이 기다리는 고도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고, 철학적 성찰에 이르게 한 것처럼, 탈 (脫)맥락적인 연타를 통해 우리에게 자신만의 '고도'를 마주하게 해준다.

발표4: 임현택: 들리지 않아도 들리는, '존재의 본질'에 대한 사유: 윤혜진의 <마른숨>(2011)

윤혜진(1970- )은 한국전통음악의 기반 위에 해제와 재통합을 통해 한국전통음악의 미감을 호흡, 침묵, 공 간성, 순환 등으로 점철된 음악어법으로 표현하는 작곡 가이다. 그의 작업을 이루는 중심 개념 중 가장 핵심을 이루는 키워드는 '순환(cycle, circulation)'이다. 윤혜진 이 말하는 '순환'이란 단순한 반복을 통해 원형으로 다 시 돌아가는 것이 아닌, 끊임없이 움직이는 연속적인 선과 나선적인 움직임을 함축한다. 어떤 것이 단지 재 현된다면, 그것은 '반복'이지 '순환'은 아니라는 것이다. 즉 '순환'은 근원으로 다시 돌아가는 회귀를 연속적으로 전개하여 이루는 발전적 상승을 뜻한다. 음악 내에서 '반복'은 감상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부여하지만, 윤혜 진은 이러한 익숙함이나 편안함보다는 발전적 상승을 통해 긴장감을 지속시키기를 원한다. 그래서 그는 주선 율이나 주요음을 단순히 반복시키지 않고, 긴장과 이완 을 내포하고 있는 일련의 음군(音群)이 순환되는 방식 을 택한다. 이 음군에서 선율의 상행과 하행, 도약진행 과 순차진행, 음과 음 사이의 밀집도 조절, 셈여림의 대 비 등을 통해 그의 논리적 착안에 기초한 순환구조가 드러난다.

거문고 독주를 위한 <마른숨>(2011)은 거문고라는 악 기가 빚어낼 수 있는 다채로운 음향 세계를 그리고 있 다. <마른숨>에서는 6개의 현과 16개의 괘로 이루어진 거문고의 심오한 울림이 만들어 내는 여음뿐 아니라 순 음과 잡음이 융합되어 빚어내는 다양한 소리의 질감에 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 작품에서 작곡가는 연주자와 정서적 교감을 나누기 위해 시공간 및 종교를 초월한 두 개의 텍스트, 티베트 사자의 서 중 '버리고 떠남'의 대목과 성서의 에제키엘 (에스겔)을 활용한다. '마른숨'은 이 중 에제키엘 37장에 서 발췌된 제목이다. 따라서 <마른숨>은 그의 대다수 작품과 마찬가지로 절대음악보다는 표제음악에 근접해 있다. 그러나 윤혜진은 단순히 어떤 대상의 모방이나 묘사에 급급하지 않고, 이를 형이상학적으로 풀어냄으 로써 대상이나 존재의 본질을 탐구한다. 연주자를 통해 실제로 발현된 '들리는 소리'와 더불어 그 이면의 깊은 곳에 감춰진 '들리지 않는 소리'에 집중한다면 그의 음 향적 공간이 만들어 내는 소리정경(soundscape)으로부 터 소리 너머의 정서적 위로를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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