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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2019.10.26 제54차 학술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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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음악미학연구회 댓글 1건 조회 86회 작성일 20-03-1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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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19년 10월 26일 

장소: 서울대학교 예술복합교육연구동 오디토리움



음악미학연구회 2019 학술포럼

‘한국창작음악연구 비평과 해석 사이, 관현악: 사람과 세계의 창’  


1부: 발표 및 토론 

원유선, 다시 듣는 '천체의 음악': 박준영의 <Symphonie>(2000/2004)

유태연, 뒤섞이지 않는 이질성이 만들어낸 새로운 어울림: 박용빈의 <흥보가>(2019)

이산하, 일상의 소재로 소리의 가능성을 탐구하다: 이문희의 <소릿거리>(2019)

김석영, 나비의 작은 날개짓에서 낯섦과 공감을 듣다: 조우성의 <나비효과Ⅱ>(2019)


2부: 좌담

한국창작음악,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발제 강지영, "비평과 해석 사이: 실내악과 관현악"

종합토론 지형주(음악학자), 이인식(작곡가), 유범석(작곡가), 봉준수(영문학자)




교통과 통신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오늘날 세계는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되었다. 이는 음악에도 많은 영향력을 미쳤다. 작곡가들은 하나의 주류에 속하지 않고 저마다 다른 것들을 경험하고, 배우고, 작품을 만든다. 여러 문화가 혼합되어 그 경계를 명확하게 알 수 없는 21세기 음악계에서 ‘음악으로 지도를 그릴 수 있는가?’, ‘음악은 국가적인 정체성을 대변하는가’와 같은 지역성에 대한 질문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각각의 국가가 독립된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하는 21세기야말로 음악이 만국공통어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음악은 지역성을 초월하여 어디에서도 통하는 만국공통어가 될 수 있을까?

지난 10월 26일, 서울대학교 예술복합교육연구동 오디토리움에서 한국창작음악-비평과 해석사이 2019 학술포럼이 개최되었다. 시원하게 부는 바람, 나무들이 제 모습을 붉히는 가을의 한 자락에서 한국창작음악의 현재와 미래를 진지하게 모색하는 학문의 장이 열렸다. (사)음악미학연구회가 기획한 ‘한국창작음악-비평과 해석사이’ 시리즈의 두 번째로 [관현악; 사람과 세계의 창]이 발간되고, 이 비평서를 토대로 구성된 학술포럼이었다. (사)한국작곡가협회와 공동으로 진행하면서 음악학자와 작곡가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기대를 하면서 참가하였다. 예술복합교육연구동이 상당히 찾기 어려운 곳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작곡가와 음악학자들이 참여하여 서로 활발하게 대화하고 교류할 수 있었다. 한국 작곡가들의 음악, 특히 관현악 작품들을 통해 작곡가의 삶, 정신, 음악세계 등을 면밀하게 살펴보는 자리였다.

작곡가 정태봉의 기조강연으로 학술포럼의 문이 열렸다. 정태봉은 음악학자를 다리에 비유했다. 음악학자는 비평을 통해서 작곡가의 고유한 음악 언어를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작곡가와 대중 사이에 소통의 다리를 놓는다는 의미였다. 정태봉은 음악학자의 건설적이고 학문적인 평가가 젊은 작곡가들이 자신의 작품세계와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학자와 음악가들이 공생하여 한국창작음악계를 발전시키고, 이와 동시에 음악비평도 활성화된다면 한국 음악계에서 더욱 색다르고 신선한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밝혔다. 

기조강연에 이어 1부의 첫 발표인 원유선(서울대 박사)은 “다시 듣는 천체의 음악”이라는 주제로 박준영의 〈Symphonie〉(2000/2004)를 고찰하였다. 발표자에 따르면 박준영은 엄격한 형식적 사고에 기반하여 세상을 바라보는 독창적인 관점을 피력하는 작곡가이다. 수학적 논리에 기반하여 작품에 사용되는 모든 요소가 계획대로 통제되고 합리적 근거에 따라 배치되는 것이 박준영 음악의 특징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Symphonie〉는 절대음악의 구현에 몰두하고자 했던 박준영의 음악관을 잘 보여주는 관현악 작품이다. 그는 작품 전체를 우주로 간주하고 미시적 차원에서 거시적 차원에 이르기까지 면밀한 계획에 따라 음악을 전개하고 있다. 박준영은 대편성의 음악을 체계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음악을 지구계, 태양계, 은하계의 세 영역으로 나누고, 원주율, 무한소수, 피보나치 수열과 같은 수적 원리를 적용하였다. 그러나 원유선은 박준영의 작품이 수적 체계로만 환원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며 작곡가의 표현 의도가 음악적으로도 구현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Symphonie〉는 우주에 대한 특정한 감정을 환기하기보다 수학적 개념을 입체적으로 적용하여, 관념 속에만 등장했던 천체의 음악을 현대적인 양식으로 재탄생시킨다. 원유선은 이러한 박준영의 음악이 스스로 조물주가 되어 우주를 빈틈없이 구현한 인간적 사고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고 밝히며 발표를 마무리하였다. 

이어서 두 번째 발표자인 유태연(서울대 석사과정)은 박용빈의 〈흥보가〉(2019)를 살펴보았다. 발표자는 박용빈을 논리적인 규칙과 구조에 집중해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곡가라 소개하며 그의 음악어법을 구조의 토대 위에 세우는 변화의 유머라고 표현했다. 그는 작은 모티브에서 음악적 매개변수들을 집요하게 반복한다. 리듬이나 음색의 변주를 사용하여 음악의 내적 구조가 만들어낼 수 있는 유머를 구현하고, 해학적인 상상을 가능케 하는 것이 박용빈 음악의 묘미인 것이다. 이러한 재치가 두드러지는 박용빈의 〈흥보가〉는 서양음악과 국악을 이해하는 그만의 독자적인 면모가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이 작품 안의 국악과 서양음악은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고유의 영역을 지키고 있다. 이에 대해 작곡가는 ‘낯설게 하기’라는 개념을 인용한다. 익숙한 판소리가 서양의 오케스트라와 만나 이질적인 것으로 다가오고 그 낯섦 속에서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던 판소리 고유의 특징이 수면 위로 부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낯설면서도 또 다른 조화를 만들어낸다. 오케스트라의 조성과 판소리의 중심음이 결합하여 자연스러운 화성감이 생성되고, 이는 장단으로만 표현될 수 없는 판소리 특유의 분위기를 더욱 살려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태연은 그의 작품을 “뒤섞이지 않은 이질성이 만들어낸 새로운 어울림”이라고 표현하며 그의 작품에서 여러 문화권의 음악을 사용하는 또 하나의 방법을 확인할 수 있다고 역설하였다. 

세 번째 발표는 이산하(서울대 석사과정)의 “일상의 소재로 소리의 가능성을 탐구하다. 이문희의 〈소릿거리〉(2019)”였다. 소리에 대해 끝없이 연구하는 작곡가 이문희는 작품의 진행 반향을 꼼꼼히 모색하고 굳건한 기반을 세운 후 자신의 주제를 음악적으로 풀어낸다. 한편 이문희는 작곡가, 연주자, 그리고 청중과의 소통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였다. 작곡가가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청중도 같이 이해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자 하였다. 이문희는 〈소릿거리〉에서 우리 고유의 소리를 탐구하고 서양음악의 토대 위에 국악이라는 요소를 활용하여 진정한 의미의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그는 기존의 통념에서 악기로 여기지 않았던 7개의 전통 민속품(다듬잇돌, 장독, 요강, 도자기, 그릇, 키, 소여물통, 한지)을 활용한다. 새로운 소리가 될 수 있는 소재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우리의 소리를 찾아 새로운 도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작품은 한옥이라는 공간적 배경 속에서 마당, 대청마루, 부엌 등 각각의 공간을 대표하는 이미지를 음악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소릿거리〉에서는 다양한 측면의 융합을 엿볼 수 있다. 일상의 소리와 음악으로서의 소리의 융합, 일상적 도구와 악기의 융합, 국악과 양악의 융합이 두드러지며. 이렇게 여러 측면의 융합이 그 개념을 달리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이산하는 이문희의 작품이 국악과 서양음악에 대한 한국 현대음악 작곡가의 새로운 탐구방법을 보여준다고 말하며 발표를 마쳤다.

마지막 발표자인 김석영(서울대학교 박사과정)은 “나비의 날갯짓에서 낯섦과 공감을 듣다”라는 주제로 조우성의 〈나비효과〉(2019)를 조망하였다. 발표자는 조우성의 음악 세계를 소리, 공간, 공감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살펴보았다. 조우성은 잠재된 소리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그는 배음, 소음, 일상의 소리도 음악의 재료로 편입시키고, 미분음을 새로운 주법과 특별한 기보법을 통해 효과적으로 구현한다. 더불어 이러한 소리들을 공간이라는 실험장으로 옮겨와 다양한 무대 배치를 시도하여 자신의 음악이 청중에게 닿는 순간까지 고려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관객들과 제목을 통해서 소통을 시도하며, 재치있는 제목을 통해 청중은 다각도에서 그의 음악을 청취할 수 있다. 〈나비효과〉는 기상학자 로렌츠의 ‘나비효과’와 ‘카오스 이론’을 주요 아이디어로 곡이 전개된다. 그러나 김석영은 작곡가가 특정한 이론을 구체적으로 재현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음악 세계를 표현하기 위한 일종의 메타포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나비효과〉에서 조우성은 독자적인 주법을 통해 음색의 미세한 변화를 드러내어 자신이 다양한 음색을 추구하는 작곡가임을 피력하고, 작품에서 펼쳐지는 카오스 상태 속에서도 자신이 설정한 법칙에 따라 음악이 지배된다는 것을 표현한다. 결론적으로 김석영은 〈나비효과〉를 “틀을 만들고, 틀을 깨고, 틀을 만들고”라는 조우성의 미학관이 실현된 작품이라고 해석하였다. 기존의 소리로 치부했던 것에서 보지 못했던 낯선 소리를 독창적인 주법을 통해 찾아내고, 이 과정에서 청중들은 새로움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조우성은 기존의 음악이라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자신의 미세한 관심을 음악에 구현한다. 그의 음악을 통해 청중들은 평소에 잊고 지나쳤던 사소한 것들을 회고하고 공감할 수 있다고 말하며 김석영의 발표가 마무리되었다. 

젊은 음악학자 네 명의 발표가 끝난 후 지정질의자인 백영은, 오예승과의 토론이 진행되었다. 작곡가 백영은은 젊은 음악학자들의 작업이 계속될 때 한국의 현대음악계 역시 긍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백영은은 박준영의 작품을 어떻게 더 공감하며 들을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하였다. 이에 대해 원유선은 박준영의 논리적으로 조직되어 있는 음악과 촘촘하게 구상된 작곡가의 생각을 포착한다면, 청중들이 공감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 답하였다. 이어 백영은은 조우성의 〈나비효과〉에서 나타난 공간적 특성과 그의 조작음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물었다. 이에 대해 김석영은 자신이 키워드로 삼았던 공간이 이 작품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는 않지만 현의 위치, 악기들의 관계 등 연주상의 공간은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작음에 대해서는 객석에 있던 작곡가 조우성이 여러 작곡기법과 연주기법에 따라 특정한 음을 다양하게 구현하면서, 한 음에서 어떠한 음들이 도출될 수 있는가를 다루는 개념이라고 설명하였다. 

오예승은 박용빈의 〈흥보가〉에서 ‘낯설게 하기’라는 개념이 언급되었음에도 낯선 소재가 잘 어우러지는 음악인 것 같다는 감상을 남기며, 소재적인 낯섦 외에 음악 내적으로 ‘낯설게 하기’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물었다. 유태연은 판소리와 오케스트라가 서로 독립된 위치에서 맞물리고, 익숙했던 판소리와 전혀 다른 음악적 재료가 섞이는 것을 들으며 이질성을 느낄 수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이질적인 요소와 대조성을 통해 판소리가 가지고 있는 고유성을 드러내게 한다는 점에서 ‘낯설게 하기’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이에 덧붙여 작곡가 박용빈은 자신이 현대음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연주자’이고, 판소리를 독창하는 연주자가 더 부각되도록 ‘낯설게 하기’를 활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예승은 이문희의 작품에서 오히려 전통적인 국악으로 분류되어 배제되었던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산하의 의견을 물었다. 이산하는 작곡가 이문희가 가장 국악적인 악기로 여겨지는 피리, 서양의 오케스트라, 그리고 전통 민속품을 이용한 한국적 소리를 어울리게 하는 것에 많은 고민을 하였다고 답했다.


젊은 음악학자들의 열정적인 발표와 토론이 끝나고 잠깐의 휴식 후 학술포럼의 2부가 시작되었다. 1부에서 한국 작곡가들의 작품들을 세세하게 분석해보았다면, 2부에서는 거시적인 측면에서 한국창작음악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진단하는 좌담이 진행되었다. 음악학자 강지영의 발제로부터 시작되어 작곡가 유범석, 이인식, 음악학자 지형주, 영문학자 봉준수가 서로의 의견을 나누었다. 먼저 강지영은 21세기 한국창작음악의 지형도에 관해 각자의 견해를 물었다. 이에 대해 유범석은 21세기 한국 작곡계는 다원주의적 경향이 지배적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특정한 음악 사조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작곡가마다 자신이 교육받은 것, 가치 있다고 느끼는 것에 몰두하여 작업하기 때문에 다양성이 예전보다 더 활발해졌다는 것이다. 이인식은 현재 한국창작음악계의 특이한 점으로 연주회의 변화를 꼽았다. 20세기에는 드물었으나 21세기 들어 서양의 클래식 음악과 한국 작곡가의 곡을 포함하는 연주회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음악계 외부의 시선에서 영문학자 봉준수는 한국 현대음악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실험적 시도들을 보며 신선함을 느꼈다고 답했다. 특히 문학과 음악의 결합에 관심 있는 학자로서 한국창작오페라에 많은 흥미가 있다고 밝혔다. 음악학자 지형주는 한국창작음악의 지형도를 전문적인 시선에서 그렸다. 지형주는 수용기, 정착기, 활성화 시기를 거쳐 현재 한국창작음악은 다원화 시기에 진입하였다고 말했다. 21세기는 한국창작음악과 세계무대에서의 교류가 활발해진 국제화 시대이고, 음악학자와 작곡가들의 모임이 활성화된 교류의 시대라고 분석했다. 이에 더불어 음악학자들이 학문적 시선에서 한국 현대음악을 연구하고 한국 작가론과 작품론의 출간이 이루어진 것이 음악학계의 큰 업적임을 강조했다. 

두 번째로 강지영은 한국 작곡가들에게 있어, 한국적 정체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유범석, 이인식의 의견을 물었다. 이에 대해 이인식은 한국적 독창성과 정체성을 지정하면 위험하다고 대답했다. 하나의 답으로 정해져 있지 않은 한국적 정체성에 목메지 않고 자신의 음악언어를 확립하는 것이 젊은 작곡가들에게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유범석은 70~80년대에는 작곡계에서 한국의 음악적 소재를 써야 한다는 일종의 당위성과 의무감이 있었으나 지금은 많이 사라진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현재의 작곡가들은 스스로가 열린 문화 태도를 지향하고 있으며 서양과 한국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날 정도로 자유로워졌다는 뜻이다. 지형주는 과거의 작곡가들이 음색이나 음악적 소재를 통해 한국적 전통을 음악에서 드러냈다면, 이제는 한국적 정체성이 정서화되었다고 말했다. 한국 작곡계의 역량이 많이 높아졌고, 서양음악이 이미 한국에 자연스럽게 녹여져, 한국적인 것을 강압적으로 주장하는 단계에서 탈피했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강지영은 영문학자 봉준수에게 문학 비평계의 현 상황과 비평의 역할에 대해 질문했다. 봉준수는 음악비평가를 전문적으로 양성하고 배출하는 시스템이 음악계에 구축되어 있는지를 되물으며, 문학계에서는 비평가를 안정적으로 생산해내는 구조가 구축되어 있다고 말했다. 봉준수는 문학계에서 출판사, 문예지, 비평가, 작가의 관계가 유착된 것은 아쉽지만, 비평가가 계속해서 배출되고 작품에 대해 활발한 담론이 형성되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작품에 대한 담론을 끊임없이 전개해야 작품이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미였다. 객석에 있던 음악평론가 탁계석도 음악비평에 대해 입을 열었다. 탁계석은 일부 음악잡지에서 젊은 음악평론가들을 양성하고 있으나 그 영향력이 부족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번 학술포럼에서 음악학자들의 전문적인 연구를 보며, 음악학자들을 현장에 부르고 비평과 학술이 더 밀접하게 연결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객석에서의 반응도 흥미로웠다. 백영은 작곡가는 비평과 해석의 차이가 무엇인지에 대해 답변을 요구하였다. 이에 대해 음악학자 강지영은 작품의 가치를 논하기 어려운 음악을 단순히 ‘좋다, 나쁘다’로 단순화하여 판단하는 것이 항상 아쉬웠다고 밝혔다. 따라서 단편적인 비평으로 그치지 않고, 음악학자의 객관적인 해석을 보태어 더 풍부한 논의로 나아가고 싶다는 바램에서 ‘비평과 해석 사이’라는 제목을 붙이게 되었다고 답했다. 박준영 작곡가는 이전 시대 작곡가들의 지혜와 학술적 결과가 이후 세대에 잘 유통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지기를 부탁했다. 한국작곡가협회 이사장 이복남은 작곡가들을 대표해 감사를 표하며, 한국의 음악학자들이 한국 작곡가들의 작품을 활발하게 해석하고 비평이 계속 진행되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이복남은 “비평이 살아야 한국창작음악이 산다.”라는 제언과 함께 음악학자와 작곡가들의 지속적인 소통과 교류를 강조하였다.


이렇게 해서 열띤 분위기의 학술포럼이 마무리되었다. 이번 한국창작음악-비평과 해석사이 2019 학술포럼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역시 ‘한국’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한국 현대음악에서 작곡가들은 어떻게 한국적 정체성을 자아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본 포럼의 핵심인 것이다. 그렇다면 글 서두에 던진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음악은 과연 만국공통어인가?’ 이 질문에 대해 필자는 ‘아니다’라고 답할 것이다. 한국은 서양음악을 자연스럽게 자신의 문화에 녹이는 데 성공하였다. 한국 작곡가들에게 한국의 의미가 하나의 정서로 여겨지게 되었다는 지형주의 언급처럼, 이제 한국 작곡가들에게 한국적 정체성은 특정한 기법이나 재료가 아니라 작곡가들의 개인적인 감각과 감성에 관련된 것이 되었다. 한국적 소재를 쓴다 해서 한국음악인 것도, 서양의 기법을 쓴다고 해서 서양음악이라 한정할 수 없는 오늘날 한국창작음악은 지역적인 것에서 더 미세하고 개인적인 것으로 변모하였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작곡가마다 너무나도 다른 음악이 청중들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번역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박준영의 ‘들리지 않았던 관념 속 천체의 음악’을, 박인식의 ‘낯섦 속 어울림’을, 이문희의 ‘다양한 개념의 융합을’, 조우성의 ‘낯섦 속의 조화와 공감’을 청중이 듣기 위해서는 음악학자의 번역 작업, 즉 “비평과 해석”이 필수적이다. 한편 원문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창작의 영역에 들어설 만큼 창의적인 번역은 예술로 승화되기도 한다. “Tomorrow is another day”가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야”라고 예술적으로 번역되었듯이, 한국 음악학자의 면밀한 번역 작업도 한국 작곡가들의 음악을 더욱 반짝이게 할 것이다. 앞으로도 “비평과 해석”이라는 다리를 통해 한국 작곡가들의 곡이 대중들에게 전달되고, 작곡가와 음악학자들이 지속적으로 교류하여 한국창작음악에 역동적인 바람이 불기를 소망한다. (글: 이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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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hindemith님의 댓글

hindemith 작성일

친절한 비평문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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